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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인연은 물드는 일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물드는 일이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상대방에게 진하게 물드는 일인 듯하다.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기에 연인은 더 빨리 진하게 물드는 일이다. 나는 가끔 그렇게 말했다. ' 나는 내가 무채색이라고 생각해 아마 회색? 근데 xx이(가) 내 인생에 들어와서 내 인생이 다채로워졌어. xx이(가)는 내 세상을 여러 가지 색으로 칠해주는 사람이야 ' 나는 그렇게 빨리 너의 색으로 물들고 싶어했다. 그러나 내 회색은 생각보다 진했고, 너는 그것 때문에 힘들었나 보다. 나와 같은 색이었으면 좋겠다 했다. 나는 너의 색을 열심히 물들였지만 늦었던거 같다. 손빨래를 해본적이 있나? 셔츠, 바지, 티, 양말 하나를 빠는 일에도 땀이 흥건하다. 깨끗하게 빨려면 땀으로 흠뻑 젖는.. 2022. 10. 12.
회사에서의 그녀 갑자기 통보된 공지 "낼 회식한데, xx과장님 환영회해야지" 사실 모르지 않았다. 그럴거 같았지만 아니길 바랬다. 난 내향인간이니까.. 퇴근 직후 시작된 환영회. 잔은 오가고, 술은 어디론가 없어진다. 난 오늘은 절주. 여름휴가에 너무 마신거 같다. 적어도 50년은 더 같이 지낼 몸인데 좀 아껴야지.. 맥주로만 조금씩. 상사의 말. 근데 여름 휴가는 왜 혼자갔어 여자친구가 안서운해해? [흠 적당히 넘기면 넘어가지 않을까] 아 타이밍도 그렇고 뭐.. 혼자 다녀왔어요. ㅎ...ㅎ 뭐 같이가면 좋잖아 헤어지기라도 했어? [아..시발.] 아니예요 뭐 ㅎㅎ 헤어졌어 진짜? ㅎㅎ.. ㅎ. ㅎㅎ. 이후 이어진 어색한 대화와 어색한 술자리.. 감당하지 못할 이야기는 왜 꺼냈을까. 나한테 왜 그랬을까.. " 시간이 애매.. 2022. 8. 9.
만남은 새로운 시계를 사는 것이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시간 위에 기록을 하는 것과 같다. 시간 위에 쓰여진 기록은 지워지지 않고 쌓이는 길게 늘어진 영수증과 같아서 항상 최선을 다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 새 시계를 장만하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좀더 이쁘고 좋은 시계를 장만하기도 하고, 나아가 내 삶의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시계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렇게 나와 그녀의 시계는 그렇게 멈췄다. 2022. 6. 19.
위로가 될만한 시 기나긴 취준생활 중 나를 팔아보려고 간 면접이 끝나고, 인사담당자는 하얀 봉투를 주면서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아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집에가는 길에 면접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름대로 나누는 속물같은 기준을 갖고있었기에, 봉투 양쪽을 눌러 금액만 확인하고 집에 갔다. 그날 밤 짐을 정리하고 다음날을 준비하던 때에 면접비가 생각나 봉투를 열어 꺼냈고 돈을 감싸는 다른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에 써있는 구절이 마음에 위로되 한동안 책상옆에 붙여놓고 지냈다. 그리고 난 구절의 원본을 찾았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2021.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