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취준생활 중 나를 팔아보려고 간 면접이 끝나고, 인사담당자는 하얀 봉투를 주면서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다.
'아 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집에가는 길에 면접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름대로 나누는 속물같은 기준을 갖고있었기에, 봉투 양쪽을 눌러 금액만 확인하고 집에 갔다.
그날 밤 짐을 정리하고 다음날을 준비하던 때에 면접비가 생각나 봉투를 열어 꺼냈고 돈을 감싸는 다른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에 써있는 구절이 마음에 위로되 한동안 책상옆에 붙여놓고 지냈다. 그리고 난 구절의 원본을 찾았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종이에 쓰여있던 글은 마지막 두줄, 그 두줄이 나에게 '다 왔어 잘했왔잖어 조금만 기다리면 되 너무 조급해 하지마 힘내'라고 말하는거 같았다.
적어도 한동안은 저 글귀가 힘이 됬다. 다왔다고 생각하니까 힘이 났다. 다시 마음이 필요해진 지금 난 김종해 시인의 서정시집 '그대 앞에 봄이 있다'를 읽고 있다.
어디로가 향하는 이글을 읽는 누군가도 힘냈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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